[문학닷컴] 림운호의 시세계 (5) 가을이 지나가는 언덕위에(외8수)
가을이 지나가는 언덕위에
림운호
저기 가을이 지나 가는 언덕위에
어제날 이루지못한 것과
아직 채 지우지못한 것들이
우두커니 서 있다
그리고 잎잎이 흩날리는 낙엽에
장미빛 추억 하나와
아득히 멀어져간 보라빛 풍경이
서러운듯 낱낱이 진다
2019.10.9.
바람이 아스라이 스러지고
바람이 아스라이 스러지고
낙엽이 부는 저녁,
언덕위에 그린듯이 서 있는
묵은 슬픔 하나-
저기 요염한 장미 한 송이가
고개를 돌리는 데
그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
넌 누구드냐?
그 옛날 추억이 지나 가는 데
꿈처럼 서 있는 장미-
노을에 빛나며 옆을 감도는
한 점의 하늬 바람…
晚秋
저기 멀어져간 가을 언저리는
어느새 텅 비여 있고
마지막 잎새들이 한 몸을 던져
기꺼히 지려 한다
땅위에 느릿느릿 뒹구는 낙엽이
힘겨운듯 자리를 찾고
그 위를 지나 가는 검은 바람이
죽음을 노래한다
문득 내리는 흰 눈에 소스라쳐
벌거숭이 나무숲위로
한 무리의 새가 하늘을 펼치고
시리게 지워진다
2019.10.6.
가을 연가
마주친 그녀가 흠칫하더니
이내 빠르게 지나 간다
저녁 빛이 구름을 적시고
마음이 어지럽다
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-
장미는 다시 필까?
가을이 또 한 번 지나 가고
낙엽이 휙- 부는데
바람은 돌아 서지 않는 걸-
이제 깨닿는다
2019.10.13.
술 한잔
그 옛날 내가 슬픔에 울 때
네가 술 한 잔 건넸다
오늘 난 그 술 한 잔을 놓고
홀로 앉아 있는다
한 잔의 장미빛 포도주에는
그리움이 담겨 있다
내 안에 무겁게 자리 잡은
너의 향기처럼…
2019.10.11.
짝사랑
하늘 바람에 서리발치며
고독하게 서 있는
사막위 옛 성터
그리고 가슴안 깊이에
천년을 쌓는
텅 빈 궁전 하나
2019.10.25.
오래된 소원
내가 바라는 건 그리 많지 않다
그저 누구와도 닮지 않는
한 떨기 그런 꽃으로 피는 것
혹은 한 점의 하늬 바람이 되여
길 없는 저 들녘을 지나
벽 없는 먼 광야로 가는 것
그리고 하늘위 반짝이는 별처럼
눈부신 빛에 가리지 않고
내 스스로 어둠을 불태우는 것 …
오늘 밤, 먼 곳에 별찌 하나 타오른다
2019.10.23.
가을 밤 창가에 앉아
창밖에 비가 내린다
가을이 눈물을 흩리며 작별을 한다
빗 바람에 낙엽이 어지럽게 떠나가듯이
그렇게 우수수-
적막에 흐느끼는 깊은 밤
어린 아이의 낙서처럼
지우고 또 지워도
자꾸만 채워지는 그 옛날 추억 하나
스러진 장미 한 송이
슬픔에 젖는 이 밤…
2019.11.10.
마지막 장미
장미 한 송이가 꼭지에 매달려있다
마지막 장미가 시든다
뒤이어 오랜 세월을 인내한
흉터가 저며 온다
어두운 공허가 주위를 둘러싼다
한 가운데에 찬 별처럼
장미 한 송이가 말없이 서 있다
잔잔한 향기를 날리면서
아아 아득히 멀어져간 그 많은 나날,
가슴안에 자란 흉터 하나-
아직도 잔잔한 슬픔이 흘러나와
서러움에 흐느낀다
2019. 가을
림운호 시인
조글로 문학닷컴 2019년 11월 22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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